[남편이 함께하는 임신일기] 02. 난임센터
5년 7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임신에 관련한 준비를 안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나와 와이프는 우리딴에 충분히 준비하고 노력을 했으나 아이는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가 생기지 않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했다.
와이프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 처음 난임을 받아들이기까지 지금의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던 시기가 있었다. 우리에게는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것이 싫었다. 나와 와이프가 살고 있는 지역이 세종이기 때문에 와이프는 세종과 대전 중에서 난임으로 유명한 병원을 가보는것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했다. (당시 기억으로는 대전의 어느 병원으로 기억한다.) 나는 말로는 그러자고 이야기 했지만 속으로는 난임으로 병원을 가는것이 싫었다. 병원을 가게되면 난임임을 나 스스로 인정하는것인데, 그때는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참 싫었다.
그럼에도 아이를 가지기 위한 생각은 변함이 없었기에 나 역시 본격적으로 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아무래도 세종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이동에 비교적 자유로운 세종소재의 난임병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내가 방문한 난임병원은 100% 난임부부만을 전문으로 관리하는 병원은 아니었고, 난임클리닉과 일반 산부인과를 함께 운영하는 곳이었다. 나와 와이프는 우리가 찾은 난임병원이 맞는지 다시한번 확인하고 건물지하에 차를 주차했다.
차를 주차하고 내리니 배가 나온 산모와 남편도 있었고 그러지 않은 산모와 남편도 있었다. 나와 와이프는 우리가 앞으로 겪게 될 기나긴 시간은 알지 못한채 아이가 있는 부부와 아이가 없는 부부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다. 엘리베이터는 1층을 제외한 전층이 산부인과와 관련한 건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층별 안내도를 살펴보면서 내가 가장 먼저 눈에 띈곳은 2층과 3층이었다. 2층은 난임센터가 있는층이었고 3층은 일반 산부인과 였다. 그렇게 우리는 2층을 누르고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만을 기다렸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득안고 그렇게 나와 와이프는 2층으로 올라갔다.
2층 난임센터에 올라가고 보니 생각보다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나는 적잖이 놀랐다. 아이를 가지기 위해 준비하는 부부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한번 놀랐고, 두번째는 나이대가 다양한 점에서 두번 놀랐다. 나는 난임센터에 방문하는 부부는 보통 나이가 많을것이다 라는 막연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내가 방문한 난임센터의 부부는 그러지 않았다.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부부가 절반정도 있다면 30대 후반 40대 초반정도의 부부가 절반정도 있었다.
나와 와이프는 안내데스크에 방문한 뒤 접수를 진행했다. 안내데스크의 직원분은 아내를 향해 말을 했다.
"아내분 성함은 어떻게 되실까요?"
당연하게 들리는 이 말이 나는 새삼 새롭게 느껴졌다. 결혼을 하고 어느곳을 가든 보통 '성함'은 내 이름을 많이 불렀는데, 이곳에서는 '당연하게 아내의 성함'을 부르는것을 보고 아! 이곳은 산부인과지 라는 생각과 함께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 우리 사회는 남성 중심으로 많은것들이 흘러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 또한 들게 되었다.
그렇게 안내데스크에서 접수를 한뒤 나와 와이프는 앉을곳을 찾기 시작했다. 2층의 난임센터는 4명 정도 여유롭게 앉을 수 있는 L자형 쇼파가 대략 10개 내외로 있었는데 그곳에는 이미 먼저 온 부부들이 다 앉아있었고, 다른곳의 대기실에도 부부들이 앉아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와이프는 잠시동안은 서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린 후에 겨우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서 순서를 기다린지 약 3시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간호사가 진료실에서 나온 뒤 대기장소를 향해 와이프의 이름을 불렀다. 긴 기다림 속에 드디어 우리는 진료실에 들어갔고, 그렇게 아이를 가지기 위한 첫 관문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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